Jungseob's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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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AI와 Meta 로고 옆에 인터뷰이와 재능의 한계에 관한 문구가 배치된 Philip Su 인터뷰 썸네일

승진의 끝에 무엇이 남는가, Philip Su가 말하는 커리어 정점 이후

Philip Su의 인터뷰를 통해 승진과 업무 적합성의 변화, 자발적인 레벨 하향, 경제적 독립 이후의 동기와 가족·관계에 대한 선택을 정리한다.

승진의 끝에 무엇이 남는가, Philip Su가 말하는 커리어 정점 이후

TL;DR

  • 높은 레벨로 올라가는 일과 그 업무를 계속 좋아하는 일은 다르다. Philip Su는 승진이 더 큰 기대와 조직 조율을 함께 가져왔고 자신에게 맞는 역할은 오히려 줄었다고 돌아본다. 커리어의 정점은 능력뿐 아니라 조직의 필요와 개인의 적합성에 달려 있다.
  • IC9에서 IC7로 낮추는 선택도 심리적으로 쉬운 해방은 아니었다. 계속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압박을 줄이면서도 예전 동료가 자신을 앞서는 모습을 보며 아쉬움을 느꼈다. 한때 할 수 있었던 일과 앞으로 지속하고 싶은 일을 구분하는 과정이었다.
  • 경제적 독립은 자유를 주지만 다음 목표와 인간관계까지 자동으로 마련해 주지는 않는다. Su에게는 함께 일하고 정기적으로 사람을 만나는 환경이 만족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목표를 달성한 뒤 무엇을 할지도 미리 생각할 필요가 있다.
  •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일을 줄였다면 커리어 성과가 달라졌을 가능성을 그는 인정한다. 쉬면 언제나 더 좋은 성과가 난다는 보장을 내세우지 않는다. 그래도 일부 시기에는 그 대가를 감수하고 가족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회고다.

승진이 성적표를 대신하던 시기

Philip Su는 경력 초기에 레벨 상승을 성취의 숫자로 받아들였다. 학교에서는 시험과 성적이 잘하고 있는지 알려 줬지만 직장에는 그처럼 자주 돌아오는 명확한 점수가 적었다. 승진과 보상은 그 빈자리를 채웠다. 더 높은 레벨에 도달하면 곧바로 다음 단계를 묻던 태도에는 목표가 선명할 때 얻는 추진력도 있었다.

그러나 승진에 필요한 것은 자신의 노력만이 아니었다. 높은 레벨에 걸맞은 업무 범위와 그 역할을 필요로 하는 조직의 사정이 함께 맞아야 했다. Su는 선배들의 일을 보며 자신에게도 도달하기 어려운 영역이 있음을 느꼈다. 이는 인터뷰이의 자기평가이며 모든 사람에게 고정된 재능의 상한이 있다는 실증 결과는 아니다. 회사별 레벨 체계 역시 같은 숫자로 직접 비교할 수 없다.

더 잘 코딩하는 일에서 다른 종류의 일로

Su에게 일정 단계까지의 성장은 비슷한 기술 업무를 더 넓은 범위에서 잘하는 경험이었다. 이후에는 직접 코딩하는 시간보다 팀의 방향과 제품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다른 조직과 충돌을 조정하는 일이 늘었다. IC라고 해서 이런 대인 업무나 회의에서 자유롭지는 않았다. 더 높은 자리를 얻는 일은 현재 좋아하는 업무를 더 많이 하는 일과 같지 않았다.

조직 규모의 변화도 적합성을 바꿨다. 작은 Facebook에서는 영상통화를 개발하면서 계약 협상과 대외 설명까지 맡는 제너럴리스트의 강점을 쓸 수 있었다. 회사가 커지자 업무가 세분화됐고 특정 영역의 전문성이 더 중요해졌다. 같은 사람이 예전만큼 기여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상황에는 능력 저하 외에 자신을 필요로 하는 역할의 변화도 포함된다.

자발적으로 내려와도 비교하는 마음은 남는다

그는 IC9에서 IC7로 레벨을 낮추는 선택을 설명하면서 자신이 더 큰 일을 해 본 사람이라는 기억과 계속 그 속도로 달릴 때의 피로를 함께 이야기한다. 높은 보상에는 그에 맞는 기여를 기대하는 회사의 요구가 따른다는 점도 인정한다. 문제는 그런 기대를 반복적으로 충족해야 한다는 압박을 자신이 더는 즐기지 못했다는 데 있었다. 단순히 회사의 기대가 부당해서 떠났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레벨을 낮춘 뒤에는 전에 자신보다 낮은 단계에 있던 사람들이 더 올라가는 모습을 보는 일이 어려웠다. 그들의 성공을 막고 싶은 마음과는 달랐지만 자신도 다시 그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아쉬움이 남았다. 올라갈 때의 기쁨과 정점에 머물 때의 부담, 내려올 때의 감정이 서로 다르다는 회고다. 원하는 업무로 돌아오는 선택에도 지위와 비교를 내려놓는 별도의 과정이 필요했다.

승진 없이도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

Facebook 영상통화의 초기 버전을 만들던 시기에는 승진 자체가 동기가 아니었다. 소규모 팀에서 사용자 오류를 직접 보고 곧바로 고치면서 자신의 작업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함께 강도 높게 일하는 동료에 대한 책임감도 컸다. 흥미로운 일과 제품의 목적, 사용자와 가까운 피드백이 숫자 대신 몰입을 이끌었다.

그렇다고 그가 장시간 일했던 과거 전체를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당시의 보상과 저축은 나중에 자기 소프트웨어를 만들며 지낼 자유를 마련해 줬다. 다만 젊었을 때는 무엇을 얻기 위해 무엇을 내주는지 충분히 의식하지 못했다. 더 노력하라는 조언이나 덜 일하라는 조언을 일률적으로 따르기보다 자신의 성향과 선택의 대가를 알아야 한다는 맥락이다.

경제적 독립 이후에는 목표와 관계가 필요했다

Su는 오랜 휴식만으로 만족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은 계속 추구할 목표가 있어야 하는 쪽이라고 설명한다. 경제적 독립을 향해 저축하고 진전을 확인하는 과정은 흥미로울 수 있어도 은퇴한 다음의 생활은 별개다. 승진을 더 천천히 했다면 목표가 오래 지속됐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너무 느린 진전 역시 답답했을 것이라고 인정한다. 결국 승진 간격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동기의 문제다.

직장을 그만두면 친구들과 자주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현실과 달랐다.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일하고 있어 여가 시간이 맞지 않았다. 반대로 전 동료들도 일 사이의 공백기에 있었을 때는 함께 운동하고 식사하는 생활이 즐거웠다. 그에게 직장은 급여 외에도 정기적으로 사람을 만나는 구조였고 일을 하지 않는 삶에서도 그런 관계의 구조가 필요했다.

목표를 이룬 다음 날까지 생각한다

그가 추천한 Oliver Burkeman의 『Four Thousand Weeks』는 한정된 시간을 어떤 가치에 쓸지 돌아보게 한 책이다. 그는 가장 큰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고 가정한 뒤 그다음에 무엇을 할지 생각해 보는 사고 실험을 제안했다. 조언을 당장 따르지 않더라도 기억해 두면 나중에 결과를 겪었을 때 의미를 더 빨리 알아차릴 수 있다. 성공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데에도 그런 사전의 생각이 도움이 된다.

마지막 회고에서 그는 회사에 늘 응답하느라 가족과 친구에게는 충분히 함께하지 못했던 일부 시기를 바꾸고 싶다고 말한다. 반대로 가족과 함께 이동하며 지냈던 바쁜 프로젝트 시기는 같은 방식으로 후회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근무 강도만이 아니라 그 시기에 관계를 어떻게 유지했는지였다. 가족을 더 선택했다면 커리어 성과가 줄었을 수도 있고 휴식이 오히려 도움이 됐을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그는 일부 선택의 대가를 기꺼이 감수했을 것이라고 답한다.

참고 자료

Ryan Peterman — Philip Su 인터뷰 — 44분 21초 영상의 영어 자동자막 전체를 확인했다. 개인의 경험과 자기평가를 정리했으며 중간 광고와 말미의 키보드 홍보는 제외했다.

Oliver Burkeman — Four Thousand Weeks — 영상에서 추천한 책의 저자와 제목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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