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만들자 - AI 시대에 창작의 속도와 즐거움을 구분하기
AI의 코드 생성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직접 만드는 즐거움과 배움을 지키는 선택을 정리한다.
TL;DR
- AI가 코드를 잘 만든다는 사실과 AI로 만드는 일이 즐거운지는 다른 문제다. Joel Auterson은 코드 어시스턴트의 결과를 자기 작품처럼 느끼지 못하면서 창작 동기를 잃었다. 이 글은 모델의 성능을 부정하지 않고 그 상실감을 다룬다.
- 작은 도구를 직접 만들어 얻던 동료의 인정도 창작의 보상이다. 누구나 비슷한 결과를 프롬프트로 얻을 수 있게 되면 결과물은 여전히 유용해도 제작자가 느끼는 자부심은 흔들릴 수 있다.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까지 없는 척할 필요는 없다.
- 가장 빨리 완성하려고 시작한 일이 아니라면 속도 경쟁을 새 목표로 받아들일 이유도 없다. 자체 게임 엔진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우고 즐기는 것이 목적일 수 있다. 남보다 느리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계속 만드는 선택은 남아 있다.
Source
Fuck it, make it anyway — Joel Auterson, 2026년 9월 11일.
Knowledge
코드 생성 능력을 인정해도 즐겁지 않을 수 있다
생성 AI의 성능을 둘러싼 논쟁과 창작자가 느끼는 만족은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 모델이 유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도구를 쓰는 과정은 즐겁지 않을 수 있다. Joel Auterson에게 코드 어시스턴트의 결과는 자신의 작품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자부심도 주지 않았다. 환경이나 사회에 미치는 문제를 잠시 제쳐 두더라도 남는 개인적인 이유다.
이 글의 출발점은 한 주 동안 의욕이 무너진 경험이다. 예술가와 제작자의 작업이 평가절하되는 가운데 직업과 취미로 삼아 온 프로그래밍의 많은 부분이 사라지는 듯한 감각이 쌓였다. 그렇다고 AI를 받아들인 동료들을 단순히 비난하지는 않는다. 주변의 압력은 실제로 존재하고 LLM의 코드 생성 능력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성능이 부족하다는 주장만으로 버티면 계속 움직이는 기준을 뒤쫓게 된다.
유용한 도구와 인정받는 작품 사이
Auterson은 작은 셸 스크립트와 보조 도구를 만드는 일을 좋아한다. 직접 만든 대화형 git 브랜치 전환기는 매일 사용하고 동료들에게 좋은 평가도 받았다. 도구의 효용과 그것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함께 있었던 경험이다. 이제 누구나 프롬프트로 비슷한 도구를 주문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신이 만든 작은 물건에 더는 관심이 없다는 느낌이 생겼다.
이 상실감은 도구의 실제 쓰임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매일 쓰는 기능은 남아 있어도 동료에게 인정받는 경험이 줄면 제작의 보상이 달라진다. Auterson은 만족감을 느끼려면 동료의 칭찬도 필요하다고 솔직하게 인정한다. 창작이 순수한 내적 동기만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가정하면 이런 상실감을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같은 불안을 안고도 업데이트하는 사람
게임 제작에도 비슷한 감정이 번졌다. Zach Gage가 게임 만들기가 음악과 비슷해지는 방향을 이야기한 스레드가 직접적인 계기였다. Auterson은 그 통찰에 공감하면서도 수년간 어렵게 익힌 게임 제작 능력이 헛수고가 된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 감정에서 빠져나오는 데는 또 다른 기술 전망보다 친구 Shad와 나눈 대화가 도움이 됐다.
Shad는 iOS 카메라 앱 Uncamera를 만든다. 촬영 후 필터를 덧씌우는 방식 대신 센서의 원시 출력과 룩업 테이블을 사용해 필름 같은 사진을 만드는 앱이다. 생성 AI 없이 개발하며 그 이유 역시 만드는 과정의 즐거움과 성취감에 있다. 불안이 없어서 작업을 이어 가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걱정을 하면서도 계속 앱을 업데이트한다는 점이 Auterson에게 중요했다.
애초에 가장 빠른 길을 고르지 않았다
Auterson은 게임을 빨리 출시하기 위해 최적의 도구를 고른 사람이 아니었다. C++로 자체 게임 엔진을 만들고 가짜 3D 렌더러를 실험하는 길을 스스로 선택했다. 속도와 경쟁력이 최우선이었다면 Unity나 Godot, Unreal을 사용하는 쪽이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어려운 방법을 택한 이유는 그 방식이 즐겁고 만드는 동안 많이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AI의 등장 이후에도 이 동기는 그대로 남는다. 남이 더 빨리 비슷한 결과를 만든다는 사실이 직접 구현하면서 얻는 이해와 즐거움을 소급해서 지우지는 않는다. 다른 제작자의 속도를 자신의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활동의 목적이 바뀐다. 처음부터 학습과 제작 과정이 목적이었다면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감각만으로 방법을 바꿀 필요는 없다.
계속 만드는 선택
대화 끝에 Auterson이 정리한 선택지는 세 갈래다. 뒤처지지 않으려고 생성 AI를 쓰되 작업의 즐거움을 포기하거나, 만드는 일을 그만두거나, 자신이 즐기는 방식으로 계속 배우고 만들 수 있다. 창작을 멈추기도 어렵고 AI를 쓰는 과정도 즐겁지 않다면 마지막 선택이 남는다. 거창한 경쟁 우위나 생산성 논증이 없어도 자신이 하고 싶다는 이유는 유효하다.
이 결론을 모든 직업 현장에서 AI를 쓰지 말라는 처방으로 확장할 필요는 없다. 이 글은 타인의 입장을 바꾸기보다 흔들린 창작 동기를 회복하는 개인적인 기록이다. 결과를 가장 빨리 얻는 목표와 직접 만들어 보고 싶은 목표를 구분하면 선택이 조금 선명해진다. 불안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도 다음 업데이트와 다음 실험을 이어 갈 수 있다.
더 생각해보기
- 작은 도구가 주는 효용과 동료의 인정 중 자신에게 더 중요한 보상은 무엇인가.
- 취미 프로젝트를 직업의 생산성 기준으로 평가하면서 즐거움을 잃고 있지는 않은가.
- 만드는 과정에서 얻은 배움을 완성 속도와 별개로 어떻게 기록할 수 있는가.
- 불안을 해소한 뒤 시작하려는 태도와 불안을 안고 계속하는 태도는 어떤 차이를 만드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