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피드에 맡긴 주의력, 직접 고르는 인터넷으로 돌아가기
반복해서 접하는 콘텐츠가 생각에 남는다는 관점에서 추천 피드를 비판하고, 북마크와 RSS로 읽을 대상을 직접 고르는 인터넷 사용을 설명한다.
TL;DR
- 오래 집중한 대상은 화면을 닫은 뒤에도 생각에 남는다. 테트리스의 블록 모양이 일상 풍경이나 잠들기 직전에 떠오르는 현상이 출발점이다. 주의력을 어디에 쓰느냐는 어떤 생각을 반복해서 접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 추천 피드가 붙잡으려는 관심과 이용자가 처음 품었던 목적은 다를 수 있다. 요리 영상을 보러 들어갔다가 불안한 뉴스를 계속 읽는 식이다. 플랫폼별 의혹을 사실로 단정하기보다 콘텐츠 선택권과 사업상의 유인을 구별해 읽어야 한다.
- 직접 고르는 인터넷은 북마크와 블로그, RSS에 여전히 남아 있다. 다만 클릭할 때마다 새 콘텐츠가 생기지 않는 느린 속도에 익숙해져야 한다. 피드를 끝없이 내리는 대신 읽던 글이나 튜토리얼을 끝내는 습관이 그 출발점이다.
화면을 닫은 뒤에도 남는 것
테트리스를 반복해서 플레이한 뒤 구름이나 건물에서 블록 모양을 떠올리거나 잠들기 직전에 비슷한 형상을 보는 경험을 테트리스 효과라고 부른다. Alice GG는 이 현상을 주의력이 생각을 빚는다는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어떤 대상을 오래 접하면 게임을 하지 않는 순간에도 그 대상과 닮은 패턴이 떠오른다. 글의 관심은 게임 자체보다 일상에서 반복해서 바라보는 대상에 있다.
반복해서 집중하는 일은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데도 필요하다. 문제는 화면을 바라보는 시간의 상당 부분을 내가 고른 대상에 쓰고 있는지다. 화면에 무엇이 나타날지를 다른 사람이나 서비스에 맡기면 이후 생각에 남을 재료도 함께 맡기게 된다. 이는 테트리스 효과를 빌린 저자의 해석이며 추천 알고리즘의 인지적 영향을 측정한 실험 결과는 아니다.
처음의 목적을 밀어내는 추천
요리나 미술 영상을 보려던 이용자에게 주가와 기후 위기, 전쟁 이야기가 연달아 추천되는 장면은 목적이 바뀌는 과정을 압축한다. 저자의 비판에서 부정적인 뉴스를 계속 읽는 행동은 체류 시간과 광고 클릭을 늘리는 유인과 맞물린다. 이용자가 무엇을 하러 왔는지보다 무엇을 더 오래 보게 만들 수 있는지가 앞서면 관심사는 피드가 이끄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 비판은 음악과 직장 소식, 제품 후기를 찾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Spotify의 AI 음악과 로열티 회피, LinkedIn의 기업 이해관계, Reddit의 자동화 계정과 여론 조작을 향한 강한 의혹도 등장한다. 다만 원문에는 이를 개별적으로 입증할 자료나 조사 결과가 연결돼 있지 않다. 확인된 플랫폼 실태와 저자의 비판적 수사를 구분하면서 공통된 문제를 읽어야 한다. 원하는 음악이나 동료 소식, 사람의 후기를 찾는 행위가 서비스가 골라 넣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일로 바뀐다는 문제다.
새로고침해도 끝이 있는 인터넷
추천 앱이 중심이 되기 전의 웹에서는 방문할 사이트와 목적을 먼저 골랐다. 게임 뉴스를 읽는 곳과 튜토리얼을 따라 하는 곳, 새 글이 뜸한 개인 블로그가 북마크에 따로 자리했다. 과거의 웹에도 유해한 콘텐츠는 있었다. 저자가 그리워하는 차이는 그런 콘텐츠의 부재가 아니라 관심 없는 내용이 평범한 방문 목적 사이에 추천으로 끼어드는 정도다.
목적에 따라 방문하는 웹은 지금도 블로그와 RSS, 개별 사이트에 남아 있다. 돌아가는 데 필요한 변화는 끊임없이 갱신되지 않는 콘텐츠에 익숙해지는 일이다. 새 글이 없을 수도 있고 읽던 튜토리얼을 끝내는 동안 다른 자극이 끼어들지 않을 수도 있다. 저자는 이런 느린 사용을 계속하며 습관으로 익히기를 권한다. 즉각적인 집중력 회복을 약속하는 방법이나 일정한 효과가 검증된 훈련 프로그램은 아니다.
